동의할 수 없는 도올교수님의 감상평 일부

오늘 도올 김용옥 교수가 영화 남한산성에대한 관람평을 하셨기에 좀 읽어봤는데. 저는 도올 교수를 높이 평가하고 그분의 책과 강의도 많이 읽고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분이 쓴 감상문에는 제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중략)....몽골제국과 대청제국이 모두 고구려제국을 흠모하여 흥기한 나라들이다. 징기스칸이나 홍타이지(청태종)도 당태종을 무찌른 연개소문의 카리스마에 직간접으로 훈도된 세계사적 인물들이다. 여진과 우리가 한 핏줄이라는 생각만 있었어도 민중은 호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고..."
 
처음에는 감상문 잘 쓰시다가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첫째로 제가 몽고와 원나라 역사에대한 지식이 얕아서 제가 모르는 것인지는 모르나 테무진(칭기즈칸)이 고구려에대한 흠모나 계승의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단 소위 환빠라고 불리우는 유사역사연구자들이 그런 주장하는 것만 알고 있지만 공신력있는 학자가 쓴 저술이나 교과서에서는 들어본 역사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청나라가 고구려에대한 어떠한 흠모나 계승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만주원류고에 고구려에대한 기록을 안 했을 리가 없습니다. 만주원류고에는 거란,선비, 몽고등 유목민족 뿐만 아니고 부여, 삼한, 신라, 백제,발해등이 수록되어 있으나 발음의 유사성같은 것을 들어 가져다 붙여서 종족 형성의 역사가 길지 못한 만주족의 기원을 올려잡으려고 억지로 주장한 것일 뿐 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숙신,말갈, 여진, 만주는 일직선상으로 같은 족속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주에 존재하던 수렵민족들을 뭉뚱그려서 한꺼번에 말갈이니 여진이니 불렀던 것이고 이들은 수많은 부족들로 나뉘어져 있었고 개중에는 중국 한족으로 동화되거나, 몽고인으로 동화되거나 고려인내지 조선인으로 동화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만주라는 통일된 종족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것은 청 태종 아이신교로 홍타이지가 만주지역의 여진족과 몽고족을 통합하고 만주라는 명칭을 쓴 것에서 출발압니다.
 
그러니까 만주라는 족속이 어떤 분명한 통합된 정체성을 가는 것은 청나라 개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점이란 이야기입니다. 이걸 보완하려고 자기네 원류를 오래 올려잡고자 주변국들 을 써먹었을 뿐인 겁니다. 그런 만주원류고에조차도 고구려의 언급은 없습니다. 도올 교수 말마따라 흠모했다면 언급을 안 했을 리가 없습니다.
 
중국 경극에 연개소문이 등장하긴 하지만 청 태종이 연개소문에대해서 무슨 존경심이나 경도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여진족과 우리가 한 핏줄 어쩌구 한 대목에서 정말 통탄스럽기 한량없습니다. 만주족이 한국인과 유전학적으로 꽤나 근친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니까 그건 제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그래서요? 민족의 분류기준이란 유전적 근친성이 아닙니다. 근대민족주의에서 말하는 민족(nation)의 정의는 정치학교과서에서 다 나오듯이 "전혀 연관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동일한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상상속의 공동체"입니다.
 
 
단순하게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혀 만나본적도 없는 북한 탈북자가 중국에서 공안한테 체포되어 끌려가는거 텔레비전에서 보고 탈북자를 동정하고 공안에게 분노를 느끼는 반면에 미국 경찰이 멕시코 불법체류자들 마구잡이로 잡아가두는 거 보면서 그냥 그런가 보다 남의 일이지 뭐...하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 민족주의 결과물이란 것입니다.
 
이러한 민족주의란 프랑스 대혁명~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유럽에서 수립되고 그들의 팽창에 저항하면서 타지역으로 수출된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근대적 민족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같은 나라라는 범위안에서 비슷한 언어와 문화 습속을 가진 사람들의 동질의식"이라는 전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종족공동체의식같은 것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시대의 조선인들과 만주인들이 "우리는 비슷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러한 의식을 가졌을까요?
그랬다면 왜 조선 사람들은 만주 사람을 "악취나고 무식한 짐승같은 오랑캐"라고 헐뜯었다는 것 자체가 동질의식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여진족 귀화자들인 백정들을 두고 실록을 보면 "조선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반대로 만주 사람이라고 조선 사람에게 무슨 동질의식을 가졌을 까요?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도올 교수님처럼 아실만한 분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안타깝기 짝이없습니다.
 
 
그리고 더 추가하자면 고구려는 제국 소리 들을 만큼의 국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상당한 강국이었던 것은 맞지만 제국 소리들을 만치의 국력내지 문화적, 제도적 수준과 매력을 갖춘 경지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독일이나 프랑스 정도에 비유할만 할 겁니다. 그들이 지구촌에서 강국인 것은 맞지만 미국이나 옛날 소련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